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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주식 : “수요는 항상 있었다.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기다리면 놈들이 제 발로 찾아왔다. 물건이 손쉽게 수중에 들어오게 되자 그들은 상품에 조금 더 손을 댔다.”

“약을 구한 놈은 우선 그것을 집이든 어디든 안전한 곳으로 가져가야 무사히 약을 맞을 수 있었다. 자칫하면 문을 부수고 쳐 들어온 놈한테 약을 빼앗기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쳐들어온 놈을 죽일 수도 있었다.”

“만약 그 순간, 목숨보다 더 소중한 물건과 헤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면, 그것 없이는 사는 것이 생지옥이며 죽음 옆을 맴도는 삶처럼 두려운 것도 없으므로 사생결단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앞의 세 문단은 미국 휴버트 셀비의 소설 ‘한 편의 꿈에 바치는 진혼곡’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이 인용문들만으로도 셀비의 소설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은 저절로 헤아려진다. 실제 현실도 상상 이상이었다.

셀비에게 호감을 가졌다가 낭패를 본 편집자도 있다. 그의 소설을 잡지에 게재했던 편집자는 미성년자들에게 인간의 야만성과 잔학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도색문학을 판매한 죄로 구속되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셀비 자신의 행동이었다. 그는 본인이 마약 중독자였다. 마약 소지죄로 체포되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은 석방 이후 마약을 끊었고, 죽을 때까지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2004년 4월26일 타계했다.

“소중한 물건과 헤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면”이라는 셀비 소설의 구절은 이형기 시 ‘낙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형기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노래했다.

이형기는 또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 구절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부분과 달리 한자어가 즐비하다. 그런데도 묘하게 친근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내용의 품격 덕분이 아닌가 여겨진다. 겉보다 속이 중요하고, 형식보다 본질에 참된 가치가 깃들어 있는 법이니까.

1960년 4월26일 이승만이 하야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재, 부동산 투기, 부정부패 등등… 그만둘 줄 모르는 일부의 탐욕은 대중의 삶을 너무나 고단하게 만든다. 이제나저제나 민중은 예수, 석가, 무함마드, 묵가 등의 가르침이 현실세계에 실현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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