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회담 의제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요구하기로 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국민 실질소득이 감소한 만큼 소비 진작과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대표 지적대로 대다수 국민의 실질소득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 4000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명목임금이 2.5% 증가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해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다.근로자 실질임금은 2022년에도 0.2% 줄었다.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ai주식/주식ai : 실질소득이 줄다 보니 내수 경기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8%에 1.7%로 하향 조정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상품과 서비스 소비 모두 기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국민 민생회복 지원금이 현금 살포 포퓰리즘?

현실이 이런데도정부와 국민의힘, 일부 언론은 민생회복 지원금을 인기영합적 현금 살포로 몰아붙이며국가채무증가와인플레이션 유발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지원금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총선에서 대승한 야당의 25만 원 전 국민 지급과 같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가는 건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윤 대통령은계속된 현금 살포가결국 나라를 쇠락의 길로 걷게 한다는 인식 강하다. 사실상 대통령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총선 공약을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22일 이재명 대표를 향해“물가 문제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봉착할 수 있는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금 공약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87조 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수치가 총선 직후 발표됐고 물가 문제마저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돈을 풀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까지 겹치다 보니 이대로 나라가 파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국민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들도 대체로 이런 논조에동조하고 있다. 국가부채가 50%를 돌파했고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부유층까지 지원금을 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금 지원을 해야 한다면 전 국민이 아닌 소득이 낮은 서민에 국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정부“민생회복지원금용 추경은 근시안적 시각”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재정정책은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 국민 민생 회복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13조 원의 지원금 확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가 늘어날 것이고 시중에 풀린 지원금이 물가를 자극하는 건 불가피하다.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어 내수 경기가 활성화할 수 있으나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것을 감수하고 현금을 살포하는 게 옳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정부가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은 경기 침체가 올 때 하는 게일반적이고 우리 성장률 전망을 봤을 때 재정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현재 재정이 좋다고 해도 고령화 복지 비용으로 고려하면 (추경은)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밝혔다.

KDI “1차 재난지원금, 소득 증대·소비 진작 효과 확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지원이단점만있는 것은 아니다.적기에 집행되면 국가채무 증가나 물가 부담 같은 기회비용을 넘어서는효과를 볼 수도 있다.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부터지급된 약 14조 원의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효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해 12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요지는 지원금의 소득증대 효과가 약 30%에 달했는 내용이다.신용·체크카드 매출이 4조 원 증가하며 직전 분기까지 마이너스였던 민간 소비가 살아났다. KDI는 재난지원금 효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금액, 신용·체크카드와 현금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실태, 거시경제지표, 체감경기지표 등 공개 자료와 함께 1300여명의 국민을 대상으로설문조사도 했다. 그 결과 2020년 2분기 실질 총생산은 전기 대비 3.2% 줄었으나 민간 소비는 1.5% 증가했다.

KDI는 “투입된 재원 대비 소득증대 효과가 26.2%~36.1%로 대만이 2009년 지급한 소비 쿠폰의 소비증대 효과(약 24.3%)보다는 높고 미국이 2001년 세금 감면으로 가계소득을 지원한 정책(20~40%)과는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평상시 소득이었다면 채무 상환이나 저축을 생각하지 못했을 상황에서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아 일부는 가계의 채무 상환이나 저축에 쓰고 나머지 자금을 소비에 썼을 것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100만 원을 받아서 소비 진작 효과가 고작 30만 원이냐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생산유발효과 최대 1.8배”

KDI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인 2020년 11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1.8배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이었던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의원 의뢰로 내놓은 보고서인데 2020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중 신용카드 사용액 9조 5591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17조 3405억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를 고려한다고 해도 생산유발효과는 13조 8724억 원(1.45배)에 달했다. 직접적인 수혜 업종인 음식점과 숙박 서비스뿐 아니라 정보통신과 화학, 방송 등 다른 분야의 생산유발효과도 작지 않았다.

우리나라 물가 상승이 선진국에 비해 고착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전 국민 지원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요건에속한다. 22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글로벌 고소득 10개국을 대상으로인플레이션 고착화 정도를 조사한 결과한국은 9위로 물가 상승 국면이 비교적 빨리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보다 소비 침체를 벗어나는 게더 급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전 국민 민생회복 지원금이 2020년 1차 재난지원금같은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자 감세 중단하고 재정 역할 극대화해야”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소비 활성화를 위한 예산 투입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국제 유가와 원 달러 환율 급등으로 고물가·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 내수 경기는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금 소비 진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지 않으면 기회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세수 부족만초래하고 경제 활성화 효과는 없는 부자 감세를 중단하고 재정 역할을 극대화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인기영합적 현금 살포로 단정할 게 아니라 소비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정책 수단 중하나로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