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은평구 선관위에 보관된 투표함에 회송용 봉투를 넣고 있는 CCTV 영상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선거 때가 되면 ‘부정선거 의혹’ 영상이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하곤 합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7일 유튜브에 ‘선관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새벽에 관외사전투표 투표함의 봉인지를 뜯고 불법적으로 투표지를 투입하는 등 부정선거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 촬영 시점은 사전투표 종료 다음날인 7일 오전 3시께였씁니다. 해당 영상에는 4명이 한쪽에서 투표지를 꺼내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영상은 ‘부정선거 증거’, ‘사전투표 조작’ 등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온라인 상에 확산됐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은평구선관위의 경우6일 오후 5시쯤 우체국으로부터 회송용봉투 총 1만9000여 통을 인계받아 확인 및 접수를 시작했고, 많은 수량을 1통씩 확인하며 접수한 관계로 7일 새벽 1시 50분쯤 접수 처리가 완료됐다”면서 “같은 날 새벽 2시 34분부터 3시 45분까지 모든 회송용봉투를 투표함에 투입했다”고 경과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은평구선관위 정당추천위원 2명이 회송용 봉투의 확인·접수·투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입회했다”며 “선관위 직원이 새벽 시간에 임의로 투표함 보관장소에 들어가 봉인지를 뜯고 불법적으로 투표지를 투입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경찰청, 우정사업본부 등 정부와 협의해 회송용 봉투의 모든 이송 과정에 호송 경찰을 배치했고, 정당 추천 선관위원이 참여하고 있다”면서”우편 투표함 보관상황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선관위 직원이 보란 듯이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투표함 열람 모니터 앞 휴대전화 거치대 두는 분들도”
큰사진보기 ▲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앞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 열람장소’ 모니터에서 보관장소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4.4.5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선관위는 과거 선거 전후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총선에는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공개’ 등을 도입했습니다. 각 시·도선관위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등을 통해 24시간 공개되고 있어 누구나 시·도선관위에 가면 해당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7일 유튜브 등에 유포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은평구 투표함 CCTV 영상’의 경우엔, 누군가가 서울시선관위 앞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영상을 촬영해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은평구선관위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선관위 앞에 가면 25개 지역구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몇몇 분들이 영상을 촬영한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도 “서울시선관위는 3월 29일부터 CCTV 열람모니터를 24시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몇몇 분들이 촬영용 휴대전화 거치대 등을 설치해놓기도 하고 캠핑의자 같은 데 앉아서 CCTV 영상을 주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도 “낮에는 CCTV 열람모니터 앞에 사람이 별로 없지만 야간에 몇몇 사람들이 나와 영상을 본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정치인들이 ‘은평구 투표함 CCTV 영상’을 언급하면서 의혹을 더 넓게 퍼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한 지역구 주민들의 관외 사전투표자 수가 저렇게나 많을 수 있나”며 “얼마나 많길래 새벽 3시부터 1시간 이상이나 관외사전투표지를 투입해야 한단 말인가”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뒤 대표직을 사퇴했는데,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해왔습니다.

‘4.15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 상임대표를 지낸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민경욱 공동대표(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황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해당 영상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펴고 있습니다.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갑 국회의원 후보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전투표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는 투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면서 “선관위는 이같은 위법행위에 대해 유감 표명이 아니라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음날인 8일 박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문해 “도를 넘는 윤석열 정권의 관권선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선관위의 편파적 행태를 규탄했다”고 알리면서 ‘은평구 투표함 CCTV 영상’ 관련 소식도 공유했습니다.

“은평구선관위 사전투표 의혹제기 영상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문제제기 했습니다. 이 영상을 문자, 카톡 등으로 배포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불순한 의도로 악용하는 세력들에 대해 강력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고, 선관위 또한 ‘강한 대응’에 나서겠다 답변했습니다.”

선관위 직원 “내일 모레가 개표인데 업무 마비될 정도로 전화 와”

이런 의혹 제기는 선관위 업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앞서 기자와 통화한 은평구선관위 관계자는 “내일 모레가 개표인데 유튜브 등에 확산한 영상과 관련해 선관위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인들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도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 절차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부정선거라고 의심하고 왜곡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선동해 선거 불신을 조장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즉각 중지돼야 한다”면서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도록 새벽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노력을 부정선거로 왜곡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