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리차드 커티스의 신작 <어바웃 타임>이 다시 겨울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스테디셀러 영화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그런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남자의 행복한 사랑 쟁취기

미래를 먼저 가볼 수는 없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비록 자신의 시간 안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은 유용한 능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입니다.

팀(돔놀 글리슨)은 바닷가에서 50에 대학교수직을 그만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삼촌, 여동생과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갑니다. 21살이 되는 날까지 바닷가에서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삶을 살던 팀의 가족에게는 은밀한 비밀이 존재했습니다.

그 집안의 남자들만 과거 시간을 여행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아버지(빌 나이)에게 전해들은 팀은 장난치고는 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 이상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이런 고백은 팀에게는 장난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고백이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두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이 생각하는 시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망상이나 장난이 아닌 진실이란 것은 곧 현실에서 드러났습니다.

신년 파티에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로 아버지의 말처럼 해봤던 팀은 실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그의 아름다운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비밀이 아닌 자신의 것이 된 이 신기한 능력에 팀은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다가 보이던 집을 떠나 런던으로 향한 팀의 생활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동료인 극작가 해리(톰 홀랜더)의 집에서 생활을 시작한 팀은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동료에 의해 찾은 블라인드 식당에서 운명과도 같은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납니다. 하지만 메리와이 이 만남은 대사를 잃어버려 망쳐버린 연극을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모두 놓치고 맙니다.

되돌린 시간으로 인해 다시 동일한 인연을 만들지 못한 팀은 그녀가 좋아하는 모델 케이트 모스의 전시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라면 분명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전시장에서 극적으로 만난 메리에게 이야기를 거는 팀이지만, 팀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메리에게 그의 모습은 이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그 시간으로 인해 이미 메리의 곁에는 새로운 남자 친구가 존재했습니다.

메리의 친구인 조안나(바네사 커비)가 연 파티에서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팀은 시간을 되돌려 그곳으로 향하고, 홀로 있던 메리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미 메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던 팀에게 이런 반복은 행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시간여행의 덕으로 연인이 된 팀과 메리가 운명마저도 스스로 개척하는(물론 보통의 우리에게는 상상마저도 쉽지 않은 시간여행이라는 무기로 만들었지만)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운명처럼 다가왔던 단 한 번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팀은 그렇게 메리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으며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 새로운 집도 마련하고 거칠 것 없이 행복할 것 같았던 팀에게도 불행은 존재했습니다. 가족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여동생 키트(리디아 윌슨)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가 되고 운명과 같은 여자 메리를 만나 아이까지 낳으며 원하던 삶을 사는 팀과 달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술에 쩔어 사는 키트에게 삶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술과 사회 부적응은 이상한 남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망가진 키트의 삶은 고비를 맞게 됩니다. 남자친구의 폭행을 피해 도망쳐 나온 키트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동생을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해보지만, 자신이 아무리 시간을 돌려놓는다고 해도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반복된 상황만 주어진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 속에서 얻은 팀이 얻은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상으로 누워있는 여동생이 바뀐 삶을 살기 원하는 팀은 메리와 함께 병실을 지키며 그녀 스스로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다짐하게 합니다. 지독한 운명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오빠로 인해 키트는 자신을 오랜 시간 사랑해준 오빠 친구와 사귀고 결혼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너무 행복해 더는 원하고 싶은 것도 없을 정도로 행복한 팀에게 마지막 고비는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알려준 아버지가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지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까지 얻은 그 모든 것을 버려야 했습니다. 결코 쉬울 수 없는 그 선택을 앞둔 팀에게 아버지의 당부는 당연했습니다.

팀의 운명과 상관없이 그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시작된 암의 태동은 팀이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달라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한없이 슬퍼하던 그들도 시간이 흐르며 다시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팀은 자신이 원한다면 수많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곁에서 잠들어 있는 아내와 아이들과의 삶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시간 여행처럼 그의 삶은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가 알려준 마지막 삶의 방식에서 하루를 다시 반복해서 살아보던 팀은 그 안에서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소소해서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그의 다짐은 바로 영화 <어바웃 타임>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제였습니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낯설었습니다. SF영화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룰 법한 소재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커디스가 관객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시간여행이 아닌, 우리의 삶에 대한 관조였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틀은 그저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그릇에 불과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릇에 담긴 음식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이 아닌 그들이 보여준 삶에 모든 것이 맞춰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핵심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팀에게 남긴 선택에 놓여 있었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그가 얻은 깨달음은 단순하고 명쾌했습니다.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현재의 부인과 아이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이 선택한 삶은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불만족스럽다고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 그리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곧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어바웃 타임>은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큰 울림이 남은 영화였습니다.

뛰어난 글솜씨로 많은 관객들과 영화인들을 황홀하게 했던 리차드 커티스는 이번에도 그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속에 단순한 웃음만이 아니라 삶을 관조하는 페이소스까지 얹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것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며 영화를 보는 내내 고민하게 하는 <어바웃 타임>은 정말 흥미롭고 유쾌한 작품이었습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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