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주식/주식ai : 무엇을 범죄로 정할 것인가. 살인처럼 논쟁이 별로 없는 죄도 있다. 경계에 서 있는 행위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곤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 네 번 합헌결정이 있었다. 2015년에 이르러 재판관 7인이 위헌에 수긍했다. 헌법재판소는 비범죄화의 흐름을 고려했다.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다면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고 말했다. 근래에는 대마초,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왕왕 높아진다.

ai 투자 : 형사처벌을 앞세우는 엄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헌법재판소가 언급했듯이 현대 형법의 추세에도 부합한다. 수사와 처벌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접근이 위험하거나 비루하다는 데 공감한다. 문제는 비범죄화라는 도그마가 공권력이 나서야 할 때조차 손발을 묶을 경우 생겨난다. 범죄화 혹은 비범죄화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유연하게,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억울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공권력은 정의와 형평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었거나 아직 계류 중인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은 민사책임을 형사책임화한다는 우려,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반대를 넘어 국가권력의 더 깊숙한 개입을 꾀하고 있다.

2015년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했다. 양육비 이행 규모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꽤 부족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이용한 경우조차 이행률은 2020년 6월 기준 36.9%에 불과했다. 양육비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감치를 명할 수 있다. 감치명령을 내려도 양육비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2021년 1월12일 양육비이행법에 신설된 조항은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추가 제재다.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대상이다.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채무자 공표제도도 도입했다. 채무자 이름, 나이와 직업, 주소 또는 근무지, 채무불이행 기간과 채무액이 공개될 수 있다. 형사처벌 조항도 들어왔다.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열거된 출국금지는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다. 범죄 수사, 형사재판, 형집행, 조세 징수처럼 국가형벌권 또는 조세징수권 확보를 위한 목적이다. 양육비는 사인 간 채권이다. 법체계에 반한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형사처벌에 대한 반대는 더 강했다. 형벌의 최후수단성에 위반되어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됐다.

민사상 채무불이행임에도 형사처벌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된 배경은 무엇일까.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바로 아동인권이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는 인식이 법안 통과를 이끈 힘이 아니었을까.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는 예는 드물지만 없는 건 아니다. 가령 근로기준법상 임금지불의무위반죄가 있다.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 수단이다. 민사상 채권채무 관계로만 남겨둘 수 없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있었다. 노동자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양육비 역시 아동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된다.음주운전 가해자에게도 양육비 지급 의무를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론화해온 이들의 희생과 노력도 있었다. 특히 사비를 털어 웹사이트를 만들어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을 공개한 사람도 있었다.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으면서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명단 공표제도가 법으로 도입되어서야 소임을 다했다며 사이트 문을 닫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양육비 외면하는 배드파더스’ 연재를 39화까지 쏟아내며 법 개정에 힘을 보탰다.

아직 통과되지 못한 양육비 이행법안들도 있다. 2021년 1월18일 유정주 의원 대표발의안은 제재의 전제 요건을 완화하려 한다. 앞서 통과된 현행 법률에 따르면, 감치명령이 있어야 제재가 가해진다. 감치명령이 내려지려면 먼저 양육비 지급명령이 있어야 한다. 양육비 지급 본안소송으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 이행명령 소송을 거쳐야 한다. 제재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해 보완한 안이다.

지난 3월17일 송기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양육비 지급의무를 제3자로 확대했다. 시야를 좀 더 넓혔다. 음주운전으로 양육 부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이른바 ‘벤틀리법’이 미국 각 주에서 발의되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지난 3월23일 장경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은 제재의 한계를 넘어 양육비 지급 비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양육비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양육비 채무자에게 통지하는 제도다. 이후 불이행이 있으면 국가가 국세 강제징수의 예에 따라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징수하도록 했다.

양육비 제도 개선의 중심에는 아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양육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 여부가 본질은 아니다. 국가가 아이들을, 미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관심과 의지가 핵심이다.기자명박성철 (변호사)다른기사 보기 [email protected]#양육비이행법#배드파더스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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