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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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협치의 시작’을 기대했지만, 두 사람의 ‘이견’만 확인한 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끝났다. ‘많이 듣겠다’던 약속과 달리 ‘말하기’로 일관한 윤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했다.

이날 배석했던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담 후 국회 본청에서 취재진을 만나 비공개 회동을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먼저 “영수회담에 대해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총평했다.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는 서로 공감했다”고 말한 뒤 이재명 대표의 소회를 전했다.

이재명 대표 “답답하고 아쉬웠다”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겠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제안한 의제들을 수용하겠다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사표시도 없었냐’는 질문에 “비공개 회의에서도 관련된 의지랄까, 국정기조 부분에 대해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실망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당초 계획했던 1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 15분 동안 회동이 이뤄진 까닭도 “(비공개) 회담 형식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며 “천준호 비서실장이 계산해보니 85% 대 15% 정도”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관한 생각도 사실상 그대로였다. 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진실규명 부분에서 유족의 한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분들께 답을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하자 “독소조항이 있어서 이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가족과 주변인사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채 상병 특검의 경우 시간상 다뤄지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회복지원금과 추경 편성에는 명확히 반대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제안이 나오자 다른 경로에서 우리는 더 크게 지원하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국가 재정이나 인플레이션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단칼에 잘랐다, 선을 그었다’고 표현했다”며 “민생 회복 긴급조치를 시행하려면 불가피하게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민생 위기 상황의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평했다.
큰사진보기 ▲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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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언론관, R&D 예산 문제에 관한 인식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대선 당시 대통령 관련 언론보도를 명예훼손으로 강제수사했는데, 이런 적이 있는가’라고 직접 말했고, 윤 대통령은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다”며 “다만 ‘가짜·허위(정보) 판단의 문제, 조작의 경우 국가업무방해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부분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도 올해 추경이 아니라 2025년 예산안에서 다루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한 공론화조사 결과도 22대 국회에서 다루자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표가 비공개 회담에서도 ‘공론화위에서 결론이 난 만큼 신속하게 방향을 결정해서 필요한 입법을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란 말씀을 했는데 윤 대통령은 ‘주호영 위원장이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을 많이 했지만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답을 줬다’고 거듭 설명했다”고 얘기했다.

민주당은 의제 하나하나에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토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큰 맥락에서 언론 탄압, R&D 예산, 연금개혁과 의료개혁, 이태원 특별법 얘기, 여야정협의체 정도가 다뤄졌다며 “나머지 주제는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천 비서실장도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의제를 다 이야기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저희가 사전에 의제를 충분히 조율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모두 ‘소통’은 반겼지만… ‘내실’ 두고는 평가 엇갈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자주 소통하자’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그 방식에서도 생각이 달랐다. 천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여야정협의체 제안에 이 대표가 국회를 이용하자고 한 것은 거부 아닌가’란 기자의 질문에 “예를 들어 민생회복을 위한 긴급조치, 지원금 같은 것은 여야정협의체에서 논의하면 결론나기 어렵다. 대통령께서 결단하면 빠르게 결정되고 집행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영수회담 의제를 여야정협의체로 넘기는 방식은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도 봤다.

박지원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난 영수회담”이라며 “대통령의 답변은 총선에서 회초리를 맞고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또 “민주당 등 민주개혁세력 192석의 야당은 투쟁밖에 없다는 결론”이라며 “강경한 정국이 계속되리라 예상된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려고 만났나”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물음에 답변해야 하나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백지 답안을 낸 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늘 첫 회담은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만남의 자리”라며 “의료개혁에 대해선 민주당이 협력하겠다고 한 데에 대해 정부여당 또한 크게 환영하는 바”라고 호평했다. 또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해오던 내용을 이 대표가 15분여에 달하는 모두발언으로 반복한 것과 민생회복을 위한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민주당의 평가는 아쉽다”며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