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 압수수색이 시급하다

‘유료광고’ 수익 얻는 플랫폼, 약관에 사칭 금지…‘광고주’엔 무한 관용?
표시광고법 위반 명백한데…‘전속고발권’ 가진 공정위는 뭐하고 있을까
떠들썩하게 보도됐던 법무부 인격표지영리권 도입, 법안 제출도 안됐다

재원 : [편집자주] 21대 국회에서 매달 평균 약 600건, 매주 136건 꼴로 발의된 법률안 중에 국회 논의를 거쳐 처리된 것은 채 30%가 안됩니다. 방치·폐기 법안 중에는 함량미달에 ‘건수 올리기’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묻히기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리뷰&리부트’는 묻히고 덮여버린 법안이나 이슈를 발굴해 그 취지를 살려보자고 제안하는 기획입니다.

ai주식/주식ai : 더피알=김경탁 기자 |2022년 12월 26일 법무부가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 신설을 위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사람의 초상, 성명, 음성 등 그 사람을 특징짓는 요소(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이었다.

여러 언론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신설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의견 수렴기간은 2023년 2월 6일까지였는데 그해 5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심층 보고서도 냈다.

하지만 2024년 3월 현재까지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고 법무부가 관련 입장을 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퍼블리시티권 문제는 방치되고 썩어서 곪아 터져버렸다.

사칭의 일반화…大사칭의 시대?

‘한국의 페이스북 유저들에게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굴까 묻는 경우,‘카스트로 킴’(Castro Kim)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을 듯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기연애로 돈을 뜯는 ‘로맨스 스캠’ 범죄 일당에게 본인 이름과 사진을 도용당한 피해자다.

2021년 5월, 국내에 있던 외국 국적 조직원 4명이 한국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피해가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카스트로 킴 사칭 계정의 숫자는 그전보다 더 많아졌다. 유명세가 ‘미투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느낌. 아프리카의 어디 주민센터에 개설된 스캠 계정 만들기 교실에서 교재로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카스트로 킴은 사칭범죄 때문에 유명인이 된 피해자지만, 반대로 유명인이라서 사칭 피해자가 된 방송인 송은이, 개그맨 황현희,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유튜버 겸 강사 김미경 등이 3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요청한 것은 3가지다.

▲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자신들의 광고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

▲ 정부는 온라인 사칭 범죄를 일반적인 금융 사기가 아닌 보이스피싱 범죄로 규정해 전담팀을 꾸려 엄중히 수사하고 범죄자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

▲시민 여러분은 이들의 간악한 수법에 절대 속지 말 것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유재석, 김남길, 가수 별, 백지영, 김숙, 홍진경, 진선규, 엄정화, 하하, 김영철, 김호영, 최강희, 신애라 등의 연예인들부터 장동선·안유화·김경일·최재붕 교수, 범죄프로파일러 겸 방송인 표창원·권일용 등 학계·전문가 출신까지 유명인 137명이 함께 했다.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사칭 피해 유명인과 기관·단체들은 이밖에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과 손석희 전 JTBC 사장, 방송인 겸 외식사업자 백종원 등이 특히 유명한 사례이고, 인플루언서나 금융회사, 공공기관, 학회, 언론사 등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칭 피해 사실을 확인한 후에 경찰에 고발장을 넣고 플랫폼에 사칭계정 삭제를 요청했으며 각자의 소셜미디어(SNS) 채널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속지 말라고 수없이 경고하는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메타와 구글 등 플랫폼 기업들이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고, 사칭 사기 광고를 신고해서 하나가 없어지면 10개의 사기 광고가 새로 생기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유료 광고 플랫폼은 어느 정도 비용을 받고 광고를 제시하면 그에 따른 감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유명인을 사칭하는 광고는 사전에 검수하고 올려야 하는데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속하게 피해 규제를 할 수 있는 신청 절차가 없다”면서 현재상황을 ‘법적 공백’이라고 규정한 한상준 변호사는 “몇 년 전부터 이런 부분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표시광고법 위반…공정위는 뭐하고 있나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표시광고법)은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와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면서 그런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하게 한 사업자 등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런 위반행위를 하는 사업자 등에 해당 행위의 중지와 공표, 정정광고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런 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에도 동일하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해놓았다.

업체 혹은 조직에게 수수료를 받고 소비자들이 광고를 볼 수 있게 중개한 플랫폼이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하게 한 사업자’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구글과 메타가 대한민국 실정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공정위 고시)에서는 “표시·광고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해당 표시·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고시에는 “소비자오인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를 의미하므로 소비자를 오인시킬 경향과 가능성만 있으면 충분하고, 실제로 기만 당했다는 주장이나 입증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유명인 사칭에 따른 소비자 피해 입증이 필요없다는 의미다.

표시광고법의 소관 부처는 공정위다. 오직 공정위에만 고발권이 있는 ‘전속고발권 제도’가 적용되는 공정위 소관 법률이라는 뜻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검찰 고발은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등등 다른 정부부처가 아니라 공정위가 해야하고 공정위만 할 수 있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비롯해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에게도 공정위에 고발 요청할 수 있는 고발 요청권이 있긴 하다. 플랫폼들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검찰이 인지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역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해야 압수수색이든 자료요청이든 본격적인 조사를 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연방법 ‘18 U.S. Code Chapter 43 – FALSE PERSONATION’에서 사칭 관련 범죄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 시민, 연방 직원, 또는 외국 외교관을 사칭하는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범죄를 돕거나 방조하는 경우에도 해당 범죄를 직접 저지른 것처럼 처벌받게 되는데, ‘돕거나 방조하는 행위’에는 범죄를 저지를 의도로 정보나 장비 제공부터 범죄의 실행을 돕는 것, 범죄의 발생을 알고도 방지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의 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

알고리즘 탓, 범죄 광고주 감싸는 변명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와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온라인·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광고사업자이기도 하다.

메타에서 발표한 이 회사의 2023년 연간 광고수익은 1310억 달러(약 176조3567억8500만원)이고, 스태티스타가 집계한 구글 광고플랫폼을 통해 벌어들인 구글의 광고 수익은 2378억6000만 달러(약 320조2154억5700만원)에 달한다.

광고에서 플랫폼이 떼어가는 수수료율은 개별 광고건마다 차이가 있지만, 구글을 기준으로 보면 구글애즈 수수료가 15%, 애드센스 수수료가 20%이고 구글애즈가 아닌 플랫폼을 이용한 광고의 경우 애드센스 수수료 20%만 걷는다. 최소 20% 최대 35%가 플랫폼의 수익이다.

구글과 메타의 광고집행 과정은 대부분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측에서 관련 질의에 일관적으로 내놓는 답변도 ‘알고리즘이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칭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피해구제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알고리즘 탓은 무책임한 핑계이다.

자기들이 펼쳐놓은 공간에서 사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게시물’과 자기들이 수수료 수익을 얻는 ‘광고’를 혼동시켜서 문제의 초점을 바꾸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구글의 보안책임자는 최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허위조작정보와 이미지 등을 잡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자랑했지만, 전혀 딥하지 않은 페이크인 사칭 광고를 승인하지 않고 걸러내는 필터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창립 초기부터 실명 사용을 중시했다. 특이한 닉네임을 계정명으로 쓰는 유저에게 “그 별명이 네가 평소에 자주 쓰고 친구들도 그 이름을 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라고 깐깐하게 굴기도 했다.

그랬던 페이스북이 2017년부터는 ‘사칭 계정에 너무 관대하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사칭·스팸 계정으로부터 친구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꼬박꼬박 신고 버튼을 누르면서 차단·삭제 없이 어떻게 처리되나 체크하곤 했었는데,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삭제처리가 되던 것이 그해 하반기 말쯤부터 신고 자체를 반려처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8월 성매매 스팸 게시물이 ‘sponsored’(유료 광고) 표시를 달고 추천 게시물로 올라왔다는 포스팅을 본 후부터는 아예 신고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다. ‘광고주’의 범죄에 관대한 플랫폼에게 더 이상 심판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명인 사칭으로 떠들썩해진지 몇 년이 지났지만, 사칭 피해자 본인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때 페이스북이 내놓는 대답은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라오는 ‘보기 싫으면 차단하라’는 권유는 메타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 태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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