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지원자 ‘루나의 거짓사연 사건’은 시청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 준다. 어떤 지원자가 렛미인에 지원해 ‘거짓사연’으로 매도될 줄 알았겠는가? 문제가 있다면 탈락시키면 되는 것을, 제작진은 자신들이 이미 점찍어 놓은 지원자를 3차까지 가도록 유도하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사인을 받고 때론 제작비 물어내야한다는 ‘협박’까지 하며 끝까지 촬영하도록 만든다. 제작진의 의도와 빗나갔을 경우 지원자를 거짓사기꾼으로 매도까지 한다. 제작진 자신들의 과오는 감추고 지원자를 희생시켜 극적인 효과를 노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렛미인 프로를 보면, 자신의 문제도 렛미인 닥터스들이 성형으로 쉽게 해결해 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거짓사연의 주인공이 된 루나처럼 현대사회의 고독한 개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경우 자살을 시도하거나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엇인가에 매달리게 된다.

더욱이 요즘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방송에 자주 노출되면서 일반인들도 사생활 노출을 쉽게 생각한다. 방송들은 저마다 시청자들의 ‘사생활 폭로’를 활용한 자극적인 프로들을 제작해 시청률 경쟁을 한다. 렛미인 속의 화려한 변신은 극도로 과장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방송피해자들의 사연은 드러나지 않는다. 렛미인 방송은 특히 외모로 고민하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방송신청을 유도한다. 결국 렛미인 같은 방송들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으로 방송신청까지 하게 된다.

“방송활동으로 얻은 이미지 때문에 아직까지 그냥 좋은 척 참았는데, 더 이상 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어요. 선생님도 시간 없으시고, 자꾸 연락하는 것도 어렵고요. 누구한테 얘기할 수도 없고,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렛미인에 신청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바보같이 왜 자신의 문제를 방송에 대고 광고하냐는 필자의 질타에 대한 루나의 대답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신청자들의 사연과 모습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보다 더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설마 자신이 렛미인에 선정될 것이라 믿지는 않았다고 한다.

루나가 렛미인에 선정된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루나의 문제는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검은 피부 외국인에게 갖는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된 상처로 시댁식구들과 특히 남편이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해 깊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혹은 동남아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이 무시당하거나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분들이 계시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루나씨 같은 경우는 정말 충분히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한 렛미인 양재진 정신과 전문의 말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루나의 고민은 성형으로 외모를 고친다고 해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백색미인’은 될 수 없다. 그녀가 신청서에 쓴 사연엔 피부색에 대한 아픔이 담겨 있다. “새상에 태어나기 전에 저에게 선텍꼰이 있어면 저도 미국에 가서 태어나고 십어요.세상에 젤 이쁜 여자로 백인로 태어나구 십어요”. 이것이 철자는 틀리지만 한국말이 유창한 루나가 정성들여 쓴 렛미인 신청서에 나오는 말이다.

제작진이 루나를 불러 추궁한 녹취내용을 들어보면, 제작진이 루나를 렛미인에 선정한 이유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문화가정 도우려 한 ‘좋은 의도’라 한다. 루나는 사실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얼굴에 별문제가 없는데도 뽑아줬다고 것이다. 그렇다면 얼굴에 별문제 없는 지원자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선정해 놓고 쇼를 했단 얘기가 된다. 루나의 얼굴은 대부분의 한국여성보다 문제가 없는 오히려 부러워하는 서구형 얼굴이다. 루나 자신도 자신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여기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검은 피부 때문에 자신을 못생긴, 더러운 혹은 재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거부감을 나타낸다는 사실이다. 단지 한국인이 싫어하는 검은 피부색 때문에 받은 상처로 이젠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 마음의 상처는 사람의 얼굴도 바꾸어 놓는다.

그럼에도 루나가 큰PD라 부르는 메인PD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렛미인이 차별받지도 또 얼굴에 문제도 없는 다문화가정 루나를 도우려 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제작진의 의도는 불쌍하게 보이는 다문화가정 주부를 ‘남편폭력 피해자’로 자신들이 원하는 그럴싸한 스토리로 포장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 보겠단 얘기다. 카메라는 예쁜 사람도 못생기게 혹은 못생긴 사람도 얼마든지 예쁘게 찍을 수 있다. 렛미인 성형의사들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컴퓨터미인으로 알려진 황신혜를 제외한 모든 한국인들이 성형을 해야 할 것이다. 렛미인 닥터스들도 성형을 하고 출연해야 합당하다. 또 렛미인 MC 김준희도 성형미인이 아닌가?

렛미인 프로그램을 보면 개인의 모든 문제가 성형하나로 완전히 해결된다. 이보다 쉬운 해결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렛미인 방송은 어려운 처지의 시청자들을 유혹해 성형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잘못된 사고를 전파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콤플렉스를 교정해 주는 선을 넘어 전혀 문제가 없는 눈 쌍꺼풀, 코, 가슴, 턱뼈 수술 등 한 인간을 인조인간으로 만들어 한국사회를 성형만능사회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제작진들은 지원자의 사연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들이 제작한 것과 방송되었을 때의 극적이 효과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루나의 경우처럼 방송될 경우 극적인 효과가 없을 때를 우려해 지원자를 거짓사기꾼으로 매도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지원자의 사연을 극적으로 편집하고, 그 다음엔 거짓으로 매도해 시청자의 관심을 극도로 높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언론에도 거짓사연은 대대적으로 뿌려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볼 지원자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렛미인 양 정신과 의사의 말은 더욱 우려스럽다. 그는 처음과는 달리 나중엔 지원자 루나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단정하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제작진과 닥터스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루나씨 같은 경우에 공중파에 나왔던 모습이 가짜건 지금 우리한테 보여준 모습이 가짜건 어느 거든 상관없이 성격적인 결함이나 문제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만약에 선정이 되서 수술을 진행한다하더라도 추후에 제작진이나 수술한 병원에 또 어떤 유해가 되는 행동을 본인의 이익만 있다면 할 가능성이 있다는 그런 의심은 들어요. 그래서 좀 신중하게 생각을 다시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렛미인 닥터스 양재진 정신과 전문의)

그러나 그의 말은 차후의 논란거리를 차단하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 제작진은 이미 5월에 필자를 만나 렛미인 제작과정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야 말로 차후에 있을 논란을 지원자의 성격 문제로 귀결시켜 회피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실 양재진 정신과의사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렛미인 닥터스였다. 왜냐하면 그는 지원자들의 고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또한 해결방법이 성형만이 아니란 중요한 사실을 지적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그의 행위는 ‘진정한 의사로서의 양심‘에 어긋난다 할 것이다. 그가 진정 양심 있는 정신과 의사라면,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지원자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고 도울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며, 이렇게 제작진의 의도대로 지원자를 매도하는데 협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어려움에 처한 지원자들을 돕는다는 렛미인 제작진의 말과는 달리, 어려움에 처한 지원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지원자의 가정을 구하기는커녕 가정파탄에 정신치료까지 받게 하고 있다. 지원자 루나는 1월부터 시작된 렛미인 방송 이후 현재 불면증과 심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루나는 렛미인 방송에 나온 자신의 말 “나는 쓰레기 같다고, 쓰레기는 치워야만 깨끗해지는데, 저하나 없어지면 남편도 행복하고, 그래서 자살하려 노력했는데”란 부분을 보면 지금도 자신이 쓰레기 같이 느껴져 자살하고 싶다고 한다. 제작진이 왜 하필 그런 말까지 방송했는지 원망스럽다고 한다.

더욱이 방송인이 되고 싶어 했던 루나는 렛미인 촬영 이후 카메라가 무섭다고 한다. 작가와의 통화에서도 제작진은 지원자를 거짓사연으로 몰아세우고도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루나를 방문해 다시 촬영까지 하려 했다. 루나는 촬영을 끝내 거부하며 ‘카메라라면 이제 치가 떨린다’고 작가에게 말한다. 필자를 만나서도 혹시 누가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지 않나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렛미인 제작진은 제작비 1, 2 억을 물어내라 할 것이 아니라 지원자 루나에게 더 많은 피해보상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렛미인 지원자 루나의 사연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에 나간 고민들을 상담해 준 장본인이며,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시켜 보려고 남편과 식사와 술을 함께 하며 노력한 사람이다. 추석도 홀로 보낸 루나는 남편도 자신 때문에 시댁에서 시달리고 있기에 불쌍하다고 말한다. 사실 남편도 집안의 반대로 괴로워했고, 이젠 렛미인 방송 때문에 창피해서 얼굴 들고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며, 시댁식구들과 마찬가지로 루나가 집에서 빨리 나가 주기만을 바란다. 렛미인 제작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렛미인 제작진이 루나의 사연을 모두 거짓이라 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필자도, 루나가 상담했던 인천의 황 모 변호사의 말도, 또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를 받고 있는 모 신경정신과의원의 진단도 모두 거짓으로 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원자 루나에게 거짓자백을 요구하기 전에 제작진은 자신들의 거짓부터 인정했어야 한다.

루나는 남편과 시댁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방송출연도 하며 나름대로 노력도 했고, 마지막으로 렛미인에 호소해 보려했던 것이 오히려 자신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루나의 경우뿐 아니라 선정에 탈락된 지원자들은 자신들의 사생활 공개로 인해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하고 분명 괴로움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루나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러한 방송에 현혹되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며,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언론에 알리고 또 법적 대응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