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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손 검사장이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선거에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 구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손 검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당시 '고발 사주' 배후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의혹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손 검사장의 탄핵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31일 손 검사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 검사장을 지난 2022년 5월 기소한 이후 1년 8개월여 만이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피고인이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며 "피고인은 당시 여권 정치인·언론인을 고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고발장이 첨부된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 표시가 붙었던 데 대해 "피고인이 이 메시지들을 최초 생성한 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송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피고인의 텔레그램 계정이 해킹됐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은 없다"고 판단했다.그러면서 "이를 인정하는 이상,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공직선거법 범행 실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제3자를 통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이 전송됐다는 손 검사장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과 김웅 사이에 제3자가 껴있다고 가정해도 김웅이 18차례 걸쳐 받은 메시지에는 모두 '손준성 보냄'이 표시돼 있다"며 "김웅은 당시 자기가 받은 메시지 출처가 피고인임을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이었던 임홍석 검사가 고발장과 관련된 판결문을 검색한 점을 거론하며 "피고인이 고발장 작성·검토에 관여됐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적 상황"이라며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구체적 죄명을 기재한 점 등에 비춰 공소장을 써본 사람이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의원의 공모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이 없었다며, 공직선거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웅이 조성은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는 공모자들 사이나, 공모자와 이를 방조한 사람 사이의 내부 전달에 불과하다"면서 "범행 실행 착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제보자X'의 인적사항 등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과 형사사법 정보를 누설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지만, 최강욱 전 의원이 피고발인으로 적시된 2020년 4월 8일 '2차 고발장'은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일반에 알려진 사실로 '비밀'로 볼 수 없다며 "외부로 알려진다 해서 검찰의 수사 기능이 침해될 우려나 위험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검찰총장의 '손과 발'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맡으면서,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채널A-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한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의원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 했지만, 손 검사장이 업무상 관계없는 김 씨와 한 위원장을 피해자로 적시한 고발장을 특정 정당에 보낸 데 대해 정치적 중립 위반이 확인된 만큼 윗선 개입 여부가 다시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장이 피고인 신분임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입막음용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헌법재판소의 검사 탄핵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일 본회의에서 '고발 사주' 의혹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안을 재석 180명 중 찬성 175표, 반대 2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가결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손 검사장의 행위에 대해 검찰이 선거에 개입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이날 선고 직후 "판결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결심에서 공직선거법상 분리 선고 규정에 따라 손 검사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징역 3년, 공무상 비밀 누설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 등 총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구형량과 비교했을 때, 법원이 '가장 싼 티켓'(법정구속 없는 징역 1년형)을 끊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검사장은 법정을 빠져나가며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고발사주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원이 고발장 전달 사실을 인정했으니 손 검사장의 탄핵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수처와 공익신고한 제가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참회하는 모습이 없어 유감"이라고 했다.